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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멋을 짓다/재료 탐색

책[우리한지] - 전통한지 만드는 법

*한지의 주원료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의 인피섬유이다. 한지는 초기에는 마와 닥이 함께 쓰이다가 7세기 중엽부터 고려시대까지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닥을 주원료로 썼다. 조선시대에는 서적 발간과 수요가 급증하여 이를 충당할 수 없게 되자 삼지닥, 산닥, 마, 뽕나무, 벼, 갈대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였다. 그 결과 생산 원가를 줄이고 종이의 대중화를 이루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제지기술이 급격히 쇠퇴해 원료가 단순화되었다. 최근 연구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전통 한지 원료가 닥뿐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조선 초기의 책지 제작에 사용된 원료나 한지 종류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닥나무

뽕나무과에 속한다. 전국에 분포하고 높이는 3m에 달한다. 작은 가지는 갈색이나 자줏빛이 돌며, 짧은 털이 빽빽이 났지만 곧 떨어진다. 잎은 5~20cm로 끝이 뾰족하고 둘레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에 가장 많으며, 충청남도 해변과 가까운 지역도 재배하기에 좋다. 닥나무 인피의 품질이 제일 좋은 곳은 강원도와 충청북도로 알려져 있다. 산등성이, 둑, 길가 등 일반 식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곳에 심으며 경사가 급한 밭에서는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농작물 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채취는 낙엽이 진 뒤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시작하여 새순이 나기 전까지 이루어져야 하며 1년마다 하는 것이 좋다. 

- 꾸지나무  

꾸지나무는 높이5~10m에 달한다. 여러지역에서 자라나 주로 울릉도에 많다. 섬유질이 길고 강하여 경상도 의령과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장판지 원료로 사용하였다. 

 

- 산닥나무

산닥나무는 높이 1.5m 정도로 해안가에서 잘 자란다. 주로 일본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진도, 남해도와 진해에서 깊은 계곡과 산록의 나무 밑에서 자라며 습기가 많고 깊은 곳을 좋아한다. 한여름에 황색 꽃이 피며 이식성이 좋아 나무 그늘 밑에서도 잘 자란다. 10월에 익는 종자를 채취하여 1월에 땅에 묻어두었다 봄에 씨를 받아 심어서 번식시킨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지포용지, 사전용지, 지도용지 등 고급 용지 원료로 쓴다. 또한 내한성, 내조성, 내음성이 강하다. 

 

- 삼지닥나무

삼지닥나무는 중국이 원산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전남과 경남 지역에서 재배한다. 높이 2m로 자라며 추위에 약하여 중부지방에서는 월동이 불가능하다. 섬유는 화폐, 증권, 지도, 사전, 등사 원지 등 고급 용지 원료로 쓰여서 남부지방에서는 돈나무라는 별칭이 있다. 7월에 익는 종자를 채취하여 말려 저장하였다가 봄에 씨를 받아 심어 번식시킨다. 

 

- 산뽕나무

뽕나무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 자라며 일분, 중국, 대만, 히말라야에도 분포한다. 잎은 누에의 사료로 사용되며 인피부는 황색염료와 한지 원료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위-진 시대에 상피지가 만들어졌으며, 실크로드 지역에서는 마와 함께 주요한 제지원료가 되었다. 닥나무처럼 질이 좋아 당-송 시대에 서화용, 인쇄용으로 사용됐다. 

닥나무와 삼지닥나무처럼 쪄서 벗기는 방법과 생으로 벗기는 방법이 있다. 쪄서 벗길 때는 2-3월경에 벌채한 것을, 생으로 벗길 때는 그 이후에 벌채한 것을 사용한다. 한지 원료로 사용하기에는 봄에 벌채한 것이 좋다. 섬유는 얇고 길이는 닥나무보다 길지만 폭은 좁다. 또한 백피 처리가 어렵다. 최근에는 재배 면적이 적고 효율성이 떨어져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 마

마는 고대부터 제지 원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뽕나무과의 대마나 저마의 인피섬유가 있다. 중국에서는 주요한 제지 원료였고, 일본에서는 헤이안 말기까지 이용되다가 근래에 와서 다시 종이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바카라는 필리핀산 마 섬유를 한지 원료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 부원료

- 황촉규

한지를 만들 때 원료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식물성 점액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인식하게 되면서 식물성 점제인 황촉규근(뿌리)점액에 대해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황촉규액은 일명 닥풀이라고 불린다. 

황촉규는 아욱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 식물로서 5월 상순에서 중순에 걸쳐 씨를 뿌리고 10-11월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한다. 길이는 1~1.5cm이며 따가운 털이 있고 원줄기가 곧게 자라며 가지가 없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연한 황색이나 흰색으로 중심부는 흑자색을 띠며, 종자는 원숭이 머리 모양이다. 비옥한 곳은 잎이나 줄기가 너무 성장해 뿌리가 자라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성장하면 줄기 부분을 잘라주어야 뿌리가 커진다. 만약 그렇게 못한 경우에는 7-8월경에 잎이나 꽃, 꽃봉오리 등을 따주어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황촉규의 주요 작용

1) 서로 잘 붙게 한다. 또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붙게하는 닥풀의 점성이 없어지므로 한장 한장 잘 떼어져 순수한 종이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2) 종이 두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첨가하는 닥풀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면 발의 물빠짐 속도가 변하므로 원하는 두께의 종이를 만들 수 있다. 

3) 닥풀은 종이에 뻣뻣한 기운을 주고 강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만들 때 발틀을 잘 흔들면 섬유가 치밀하게 붙어 긴체도가 크고 강도가 좋은 종이를 만들 수 있다.

4) 섬유의 침전을 방지한다. 

5) 닥풀은 ph농도가 7이므로 닥풀을 섞어 전통 기법으로 만든 한지는 중성지가 된다. 한지가 천년이 지나도 산화되지 않고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닥풀의 영향이 크다. 

닥풀은 온도가 올라가면 점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온도에 의해 점도가 변한 경우에는 원상태로 회복할 수가 없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수시간에서 하룻밤 동안에 전혀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겨울보다 여름에 훨씬 많은 점액을 사용하게 되는데 약 두배 더 필요하다. 식물 점액의 보존은 통풍이 좋은 응달, 즉 서늘한 곳을 택해야 한다. 

 

- 황촉규 보관법

옛날에는 황촉규를 밭에서 뿌리 부분만 생근으로 수확한 후 부패하지 않도록 새끼로 묶어 처마 밑에서 말려 쓸 때마다 점액물을 추출하여 사용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생근 그대로 약품 저장이나 냉동 저장을 하여 다음해까지 보존해 쓰고 있다. 

황촉규에서 점액을 추출하려면, 우선 돌절구나 석판, 목판 위에서 거칠게 빻은 다음 항아리나 통에 넣고 물을 부어 빨래하듯 고무래로 치댄다. 이때 나오는 점액을 쓴다. 

 

* 한지 만들기

한지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삶고, 두들기고, 고르게 섞고, 뜨고..." 아흔아홉번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사람이 백번째로 만진다 하여 옛날에는 닥종이를 백지라 하였다. 한지의 제조 과정은 크게 '원료 만들기 -> 삶기 -> 씻기와 표백 -> 두들기기(고해) -> 종이 뜨기 -> 물빼기 -> 말리기 -> 다듬기(도침) -> 다리기'의 아홉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거두기 - 채취

한지는 한로를 전후한 11월에서 2월 사이에 1년생 닥을 베어서 쓴다. 11-2월에는 닥 섬유질이 잘 생기고 수분도 약 50%정도로 적당히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 시기에 거둔다. 햇닥을 쓰는 것은 햇닥 섬유가 여리고 부드러워 종이 뜨기에 좋기 때문이다. 닥나무를 벨 때는 가지 뿌리부터 날카로운 낫으로 비스듬하게 베어낸다. 뿌리에서 높게 자르면 부패나 고사의 원인이 되어 이듬해의 발육 상태가 좋지 않다. 가평, 제천, 청송, 예천, 완산, 순창, 남원, 함양, 합천, 의령, 괴산, 원주 등에서 생산되는 닥품질이 유명하다. 

 

2) 찌기 - 닥무지, 땅무지

거두어들인 닥나무를 껍질이 잘 떨어지도록 찌는 과정이다. 농한기에 닥무지를 할 때는 개울가 밭에 크고 작은 구덩이 두개를 표주박 모양으로 파서 서로 통하도록 해놓고 작은 구덩이 바닥에 장작 30짐을 쌓고 그 위에 작은 돌멩이를 쌓는다. 큰 구덩이 바닥에는 닥나무 묶음 30짐을 묶은 채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다음 주위를 수수깡이나 솔가지로 덮고 다시 흙으로 덮어 밀폐시킨다. 이렇게 한 다음 작은 구덩이에 불을 지피면 돌멩이가 열을 받아 달아오른다. 여기에 물을 붓고 흙을 덮으면 뜨거운 돌멩이에 물이 닿아 수증기가 세차게 발생하며, 이 증기가 큰 구덩이로 이동하여 닥나무가 쪄진다. 닥무지는 품종이나 찌는 정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보통 오전 8시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여 오후 1시에 물을 붓고 오후 6시까지 찌는 방법이 전통적이다. (오늘날에는 가스를 이용하며 소량을 할 때는 물을 담은 스텐 통에 넣고 삶는다.)

닥무지 통에서 닥나무를 꺼내기 전에 냉수를 통 위에 뿌려 온도를 낮춰 하루정도 얼리거나 개울가에 담가 두면 겉껍질 부분이 수축되어서 목질부와 피질부 분리가 잘 되므로 닥나무 껍질을 벗기기가 쉬워진다.

 

3) 껍질 벗기기, 말리기, 바래기 - 박피, 건조, 일광표백

닥나무를 찌면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다 쪄진 닥나무를 하나씩 잡고 밑에서부터 껍질을 벗긴다. 이렇게 벗긴 껍질을 한 움큼씩 묶어서 햇볕에 말리면 흑피가 된다. 이것을 겨울철에 얼음같이 찬 냇물에 10시간 동안 불려서 겉껍질을 칼로 벗겨내어 청피를 만든다. 이 청피를 다 벗겨 낸 것이 백닥(백피)이다. 백닥을 일정 시간 햇볕에 널어 일광표백을 하는데, 겨울 한철 눈을 맞혀 표백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찬물에 담가 표백하여 좋은 종이를 만들었다 하여 찰'한'자를 써서 한지라고 했다는 주장도 있다. 주의할 점은 벗긴 닥나무 껍질이 얼지 않도록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리는 것이다. 

 

4) 담그기 - 침지

잘마른 백피를 하루나 이틀 동안 차고 맑은 냇물에 담가서 불린다. 이것은 백피를 부드럽게 하여 잘 삶아지게 하고 백피 속에 있는 비섬유성 물질 등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담가 두면 원료에 붙어 있는 먼지도 제거된다. 이렇게 되면 삶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 그냥 삶을 경우 닥이 뭉치는 현상인 조롱이 많이 생기거나 섬유가 잘 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5) 원료 삶기(닥죽 만들기) - 자, 증해

물에 충분히 불린 백피를 약 30-40cm정도 크기로 적당히 잘라 닥솥에 잿물과 함께 넣고 쇠죽을 끓이듯이 4-5시간 동안 충분히 삶는다. 잿물은 짚, 메밀대, 콩대 등을 태운 재를 더운물에 내려 얻는다. 구멍을 낸 항아리 안에 나무와 망을 걸치고 재를 넣은 뒤 70~80도 정도의 따끈한 물을 부어 잿물을 내린다. 잿물은 만져 보아 비눗물처럼 미끈미끈한 정도가 적당하며 이때 ph 10-12 정도이다. 받아놓은 잿물은 일정 시간 농축시키면 ph 수치가 더 높아지는데 최고 13까지 가능하다. 메밀대는 볏짚보다는 알칼리가 높아 다소 빨리 증해된다. 이렇게 삶은 닥은 손으로 닥 섬유를 당겨보아 자연스럽게 끊어질 정도면 좋다. 

전통적으로 삶을 때는 잿물을 썼으나 현재는 원료 제조의 번거로움, 노동력의 증가 등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지 않고 소다회, 가성소다, 황산소다 등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닥을 삶을 때는 물이나 잿물을 일정시간 가열하여 잿물 온도가 80도 이상이 되면 닥 원료를 넣는다. 

 

6) 씻기, 바래기, 티잡기 - 수세와 일광표백, 티 제거

- 씨기와 바래기

잘 삶은 원료를 일정시간 닥솥에 삶은 후 2-3시간 정도 그대로 두어 뜸을 들이고 흐르는 맑은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둔다. 지하수를 쓸 때는 2-3회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잿물을 씻어낸다. 이때 섬유를 잘 추스려서 펼쳐 놓으면 좋다. 이 과정에서 섬유질 이외에 당분, 회분, 기름기 등을 다시 한번 없애준다. 특히 물 속에 담그고 햇볕을 고르게 쬐어주고 자주 뒤집어주면 백피가 더욱 하얗게 된다. 맑은 날은 5일, 흐린 날은 1주일 가량 햇볕을 쬐어준다. 이 과정은 물 속에서 햇빛의 자외선 광화학 작용으로 오존, 과산화수소가 발생하여 산화표백되는 것이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섬유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씻기와 햇볕쬐기는 물의 온도가 낮은 겨울에 주로 이뤄지는데 온도가 높으면 닥 섬유가 상하고 물이끼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는 표백분, 차아염소산소다, 아염소산소다 등의 화학 약품으로 표백을 한다. 이들 표백제로 표백하면 과정은 손쉬우나 섬유 손상과 수질 오염 등 공해 문제를 일으킨다. 

 

- 티 잡기(티 제거)

티는 우박, 서리, 병충해로 인한 피해나 싹 난 자국 등에 의해 발생한다. 원료를 물 속에서 건져내어 원료에 아직 남아 있는 잡티를 일일이 손으로 없앤다. 주로 흐르는 맑은 물가에서 작업한다. 

 

7) 두들기기 - 고해

백피를 닥돌에 올려놓고 닥방망이로 40-60분 정도 두들겨서 닥 섬유를 찧는다. 시간은 지종에 따라 다르나 두들긴 섬유 부피가 처음 백피보다 두 배 정도로 늘어나고 섬유가 튀어나갈 정도면 끝난다. 섬유를 물에 풀어 보아 뿌옇게 분산되면 그만한다. 두들기는 판은 돌판이나 나무판을 쓰는데 돌판은 평활한 판 위에 원료를 늘어놓고 닥방망이로 우에서 좌로, 좌에서 우로 가지런히 원료를 두들긴다. 두들길 때 처음에는 수분 없이 하다가 중간에 물을 주고 두들긴다. 나무판은 가장 강한 목재인 박달나무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손 작업이 상당히 힘들어 모터를 이용한 기계 고해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해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해리를 한다. 곤죽이 된 섬유가 완전히 풀리도록 하는 것인데 흐르는 물에 치어망을 설치하여 원료를 풀면 잿물이 빠져나가고 더욱 희게 된다. 이런 과정을 두세번 하면 섬유가 아주 밝아진다. 해리 후 완전히 풀린 원료에 닥풀 수액을 넣고 섬유가 전체적으로 고른 농도가 되도록 다시 잘 저어 준 다음 종이 뜨기에 들어간다. 

 

8) 종이 뜨기 - 초지

완전하게 해리된 닥 섬유를 초지통에서 닥풀, 물과 함께 섞는다. 닥과 물의 혼합 비율은 약 2:8이 좋고, 닥과 닥풀의 비율은 2:3이나 2:4가 적당하다. 초지통에 닥과 닥풀, 물을 일정 비율로 희석한 후 종이 뜨기 작업에 들어간다. 초지통에 풀어 헤친 닥 섬유를 미세한 틈으로 이루어진 대발과 이를 지탱하는 발틀로 건져 지면을 형성한다. 발을 이용해 전후 좌우로 흔들면 물 때문에 탄성을 잃었던 섬유가 서로 얽힌다. 물은 발을 통해 대부분 없어지고 섬유층만 남는다. 

종이 뜨기에는 흘림뜨기와 가둠뜨기가 있는데 전통한지는 흘림뜨기인 외발뜨기와 장판지뜨기를 사용하며, 현재 많이 이용하는 초지법인 쌍발뜨기(일제시기에 수입)는 가둠뜨기와 흘림뜨기의 중간형태이다. 

 

9) 물빼기 - 베개 놓기, 짐짜기, 압착 탈수

종이를 떠서 지상(종이 놓는 판) 위에 놓으면, 종이와 종이 사이에 실이나 왕골(요즘은 나일론 줄)을 놓아 각 장을 분리시키는데, 이를 '베개'라고 한다. 두꺼운 종이는 바로 압착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이합지일 경우 물질을 2번 한 후 한실(베개)를 놓으면 된다. 종이를 쌓을 때는 습지 상태의 종이를 이용해 500~600장 정도로 지층을 만든다. 초지통에서 막 건진 물먹은 종이층을 무거운 돌로 눌러 하룻밤을 지내면 70%정도의 수분이 자연 탈수된다. 건조를 쉽게 하려면 좀 더 남은 수분을 강제로 압착하여 탈수시킨다. 물 먹은 종이가 압착틀에서 오랜 시간을 지나면 닥풀이 부패하므로 압착에서 건조까지는 1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10) 말리기 - 건조

압착한 습지의 수분을 없애 종이의 함수율이 8~13%가 되게 하는 과정을 건조라고 한다. 전통적인 건조법으로는 온돌건조, 부벽(부판) 건조, 일광건조가 있는데 습지를 어디에 붙여 건조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정해진다. 온돌 건조는 바닥이 장판지로 된 온돌방에 종이를 포개어 붙여 놓고 군불을 지펴 서서히 말린다. 방바닥에 습지를 펴고 비로 쓸어가면서 말리는데 이렇게 하면 습지가 천천히 건조되어 종이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말라 종이가 울지 않고 질기며 유연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완전 건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들고 표면도 매끄럽지 못한 단점이 있다. 보통 초지를 끝낸 야간에 말리며 건조 과정이 끝난 뒤 종이에 다소 주름이 져 있으면 도침을 해 가공한다. 종이 말리는 온돌방을 지방이라 한다. 

목판 건조는 목판 위에 습지를 펴고 말털 등으로 만든 건조비로 쓸어 내린다. 목판에 접한 면이 종이 이면이 되고 초지발에 접한 면이 종이 표면이 된다. 압착한 종이는 베개에 대나무를 평행하게 대고 실 한쪽 끝을 끌어올려 떨어져 나온 습지 끝을 아랫대에 휘감아서 천천히 떼어내어 목판에 붙인다. 목판 한쪽 면에 붙인 다음 판을 돌려서 뒷면에도 붙이고 먼지나 티끌이 없는 볕이 잘 드는 건조한 장소로 옮겨 기대 세워 둔다. 이런 목판 건조는 특히 고급지를 생산한느 경우에 쓴다. 

일광건조는 주로 장판지나 큰 종이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개울가에서 초지한 장판지를 자갈 위나 줄에 널어서 말리는 방식으로 전라도, 경상도 등에서 널리 쓰였으며 일광 건조 후 주름이 생긴 종이는 거품질을 한 후 도침하여 곱게 펴서 쓴다. 이러한 건조 방법은 한일합방 후 일본식 철판 건조 방법이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철판 건조는 철판으로 된 건조 면에 습지를 붙이고 철판을 데운 다음 그 위에 종이를 한 장씩 펴서 말리는 방법이다. 급속한 건조로 만들어진 한지가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고 자연 습도와 친수성이 없어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이의 평량이 증가하고 유연성이 떨어져 종이가 딱딱해진다. 

 

11) 다듬기 - 도침

마무리 가공 처리 방법의 하나로 도침을 하는데 예로부터 여러 방법으로 행해졌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번 두들겨서 종이의 주름을 펴준다. 도침 처리를 하면 치밀성과 표면의 평활성을 향상시켜 좋은 품질의 한지가 만들어진다. 무명옷에 쌀풀을 먹여 다듬이 방망이로 두들기는 것은 대장간에서 쇠를 불에 달구어 담금질 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도침은 종이 표면의 거친 피브릴을 섬유 표면에 붙여 크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두께를 줄인다. 도침은 장섬유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쓰는 한지의 특성상 지나치게 흡수성이 크고 번짐이 불규칙하며 보푸라기가 이는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으로서 면을 고르게 하며 섬유간의 구멍을 메워 인쇄할 때 번짐을 없애고 광택도가 높은 종이를 만드는 방법이다. 

 

12) 마무리- 다리기, 선별, 분류

도침을 하고도 주름이 있는 경우에는 다시 도침을 하거나 다리미로 무명옷을 다리듯 다림질하여 완전히 편다. 파손된 종이는 골라내고 고른 종이는 용도에 따라 재단을 하거나 염색 목판인쇄를 하여 한지 제작을 끝낸다. 

 

책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한지/이승철/현암사> 95~169쪽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