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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울림 수업/어린이 공방 수업

향긋한 물들이기, 포도껍질 종이염색

포도가 나오는 철이다.

철든다는 것은 정확한 연원은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엔 철에 맞게 자란 음식을 몸에 들여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게 아닐까 한다.

물론 포도는 홍천에서 보긴 힘들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두번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놓칠 순 없기에

가을이 오기 전 포도를 한 상자 사왔다.

 

먹으려고 보니 이것 또한 아주 고-운 색을 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어느정도 포도껍질에 대한 사례와 가능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후 

정윤이와 그 첫 실험을 과감하게 시작했다.

 

 

 

먼저 맛있게 먹는다.

조심해서 먹느라 촬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먹으면서 포도껍질은 따로 분리한 후 몇번 가볍게 씻어냈다.

 

포도 껍질 삶기. 진 붉은 빛깔이 나온다. 

 

 

껍질을 물에 담아 끓이면서 조금 으깨기도 하고 잘 용해되도록 저어준다.

잘게 끓고 있는 포도물에 식초 조금을 넣고 10분정도 끓인 뒤, 포도껍질을 걸러내 색즙만 남긴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정보 없이 개인적으로 시도한 종이염색. 

보통 천을 염색하는 경우는 천을 백반(소금)물에 담갔다가 포도물에 담궈 염색을 하는데, 종이를 염색할 땐 어떻게 해야할까.

종이에 백반물을 먼저 바르고 포도물을 발라줄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연령대 관계상 간편하게 포도물에 백반을 넣어 저어준 뒤 종이에 발라주었다.   

 

 

 

 

 

종이 염색에는 한지가 최고다. 나중에는 한지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지만 아직은 기술과 지식이 부족하기에 기존에 파는 한지부터. 

자줏빛, 분홍빛 같은 예쁜 빛깔의 물이 스며들고 있다. 

먹고 싶다는 정윤이. 그 말에 웃었지만 사실은 나도 침을 몇번이나 꿀꺽 삼켰다.

 

 

 

몇일 뒤. 

정윤이와 함께 만들기도 하고, 남은 포도물로 더 큰 한지에 발라 커다란 색지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주, 다시 돌아온 정윤이. 

같이 물들였던 한지로 예쁜 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세장의 한지를 접고 접어 잘라준 뒤 펼치니 동그란 원 모양이 된다.

줄기로 뭘 쓸까 고민하다 보니, 방금 전 청소하면서 버리려 했던 참죽나무 줄기가 생각났다. 이렇게 절묘할 수가! 

졸린 눈으로 와서는 만들어지는 꽃 보며 조금씩 생기를 찾는 정윤이. 

꽃 중앙의 노란 수술도 넣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풀로 붙여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잎사귀도 만들어 달고 싶다 해서 연두색 색지도 찾아줬다. 

만들어보니 접시꽃 같기도 하다. 정윤이는 진짜 꽃 같다며 좋아한다. 

 

 

 

 

진짜 꽃 같은 꽃보니 엄마 떠올라 엄마에게 '사랑해요'라는 글자 꾹꾹 눌러담아 붙인다. 

감동적으로 전달이 되었을런지.. ^^

다음주에는 연두색 꽃을 만들어 아빠에게 주고 싶단다. 

연두색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 쑥으로 해볼까?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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